Home Michael's Blog (한국어) "키르키즈의 전통 음식 베쉬 바르막 먹기"
"키르키즈의 전통 음식 베쉬 바르막 먹기" PDF Print E-mail
Written by Michael Kim   
Friday, 26 June 2009 00:00

이곳에 와서 적응이 가장 힘든 부분을 들자면 현지 음식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채소와 과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빵(“난”이라고 부름)과 고기를 주로 먹는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곳 탈라스는 시골인데다 남부 지역 (특히 페르가나평원에 연결되어있는 오쉬지역) 같이 많은 채소와 과일이 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다양한 채소류와 과일을 먹을 수가 있다. 감자와 당근, 오이, 양파, 마늘, 그리고 양배추 등이 흔하고, 파, 상추, 부추, 그리고 조그만 무들도 구할 수 있다.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과일도 제법 나오는 편이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체리와 살구 그리고 자두들을 주로 먹었는데 이제 막 딸기, 수박, 그리고 복숭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과일과 더불어 내가 즐겨 먹는 것은 이곳에서 “난”이라고 불리는 빵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난들이 있지만, 나는 화덕의 벽에 붙여서 굽는 “탄드르난”을 특히 좋아한다. 하나에 25센트 정도한다. 특히 갓 구어진 난을 “으쓱난”(뜨거운빵)이라고 하는데, 시장에 갈 때면 항상 내 손에는 이 으쓱난이 들려져 있다. 채소, 과일, 빵, 이렇게 좋은 음식들이 많은데, 키르키즈 사람들은 최고의 음식을 고기로 생각한다. 유목의 민족이고, 추운 겨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고기와 지방 그리고 우유를 많이 먹는 음식문화가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고기에 대한 나의 비위가 아주 약하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와서 외국인 동료로부터 키르키즈의 전통음식인 “베쉬 바르막”에 대해 듣게 되었다. 고기를 그리 싫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음식을 먹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웃에게 초대를 받을 때마다 난감하기가 그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쿠르닥”(고기 볶음)이나 “샤슬릭” (꼬치구이) 같은 단순한 고기 음식에도 재미를 보지 못한 나에게 있어 언제부터인가 “베쉬 바르막”은 공포에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지난 두 주 동안 공포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

 

지난 주에 일어난 일이다. 저녁 식사 후, 앞집에 사는 이웃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건너 갔다.  그냥 마당에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굳이 들어오라고 한다. 차 한잔 마시고 가라는지 알고 아내와 함께 겁도 없이 들어갔는데, 앉으라고 한 후에 저녁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저녁 먹었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상을 차려 나온다.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키르키즈의 문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러한 대접을 받고 보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준비된 음식은 삶은 양고기, 밀가루를 반죽해서 얇게 밀어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고기와 함께 삶은 카므르, 그리고 그 기름 국물인 쇼르포였다. 바로 베쉬 바르막의 주 재료들인 것이다. 귀한 손님이 왔다고 기름덩어리를 한 덩어리씩 우리 식구들 접시에 올려 놓는다. 정성 껏 맛있게 차려진 상을 물릴 수도 없고, 처음 함께하는 식사라 예를 갖추기 위해 열심히 고기를 먹는다고 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고기를 좋아하는 정연이가 옆에 앉아 많은 고기를 집어 먹어서 우리들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되지 않는 키르키즈어로 대화하며(?) 저녁 식사를 무사히(?)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이것은 그저 프리뷰였다는 것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나즈굴이 찾아와서 또 식사 초대를 한 것이다. 웬만하면 핑계를 대고 가지 않겠는데 , 알마사가 일을 하다가 손을 많이 베서 비쉬켁에서 봉합 수술을 받고 왔다고 한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이웃을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하며 건강을 기원하는 키르키즈의 전통에 따라 이웃들을 다 초대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또 아내와 함께 이웃집으로 건너갔다. 이미 많은 이웃들이 앉아 있었다. 그 중에 몇몇 사람들은 이미 낯이 익어 인사를 하고 앉으려 하는데 굳이 가장 상석에 앉으라고 한다. 어 이거 이러면 안 되는데 . . . , 이곳 탈라스에서 상석에 앉는다는 말은 가장 최고의 음식을 받는 다는 것을 의미하고. . ., 그 말은 곳 내가 양의 머리(코이바스)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머리가 아찔해지며 베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베쉬 바르막이었다.

 

원래 베쉬 바르막이라는 “다섯 손가락”이라는 말이다. 그냥 손으로 국을 저으며 고기를 자기 그릇에 건져 놓고 손으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손님들을 위해 먼저 물과 수건이 나왔다. 손을 씻고 있는 동안 음식들이 나왔다. 생각했던 데로 양의 머리가 고기들과 함께 나오는데 양의 머리가 나를 향해 오는 것이 아닌가? 헉! 저것을 받으면 끝장이라 생각하고 극구 사양을 했다. 다행이 옆에 앉아 계셨던 분이 나이가 나보다 많이 드신 분이라 몇 번을 권한 후에 머리가 올려져 있는 접시를 받아 드셨다. (아휴! 라흐맛 총!—대단히 감사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머리를 받아서 반드시 다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귀 부분을 잘라 가져간다 하며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머리를 안 받아서 인지 큰 고기덩어리를 내 접시에 올려 놓으시고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안 먹을 수도 없고 카므르만 열심히 집어다가 손으로 먹으며 고기는 먹는 시늉만 하고 쇼르포를 마셨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머리에서 무엇인가를 떼어내더니 먹으라고 주신다. 먹으려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무엇이냐고 물어보니까 눈알이라고 그런다. 헉! 양의 눈알을 어떻게 먹는가? 갑자기 눈알에 통증이 느껴지며 앞이 깜깜해졌다. 극구 사양하면서 카므르만 먹어대었다. 다행이 식사는 일찍 끝났고, 나즈굴은 남은 고기들을 손님들에게 담아주었다. 아이들에게 주라고 많은 고기와 카므르를 담아 주었다. 가져온 고기는 정연이와 민우가 먹었는데 손가락을 쪽쪽 빨며, 연신 “야, 맛있다!”를 연발한다. 왜 이렇게 정연이가 부러운지, 이놈 비위도 참 좋네. 하지만 정연이 너 눈알 먹을 수 있어? 아, 나는 언제 키르키즈 사람이 되지? 나도 다섯 손가락을 쪽쪽 빨며 “다섯 손가락”을 먹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도 눈알은 안돼!)

 

 

Last Updated on Sunday, 28 June 2009 10:28